우리 아이들, 왜 영어를 잘 한다고 오해하는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리드앤톡 댓글 0건 조회 2,787회 작성일 14-11-09 19:06본문
우리 아이들, 왜 영어를 잘 한다고 오해하는가?
(이 글은 외국 유학이 한 집 건너마다 일어나는 일처럼 흔해진 세상을 살아가는 학부모님들께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실상을 말씀 드리기 위해서 쓴 것입니다.)
1. '실용영어'에 대한 오해
우리나라에서 '실용영어'라 하면 대체로 말하고 듣는 영어를 생각하지요. 반면에 미국의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실용영어'는 읽고 쓰는 영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시험점수를 높이기 위해서 영어 학습지나 문제집으로 공부하는 것을 읽기 훈련이라고 오해하고 있었고, 모든 언어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 기초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이 교육을 주도해나가는 상태가 반 세기 이상 지속되어 왔지요. 영어 교육이 이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까닭에 공교육 사교육계가 드디어 온갖 잡상인들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읽기 시험은 본래 독해 능력을 평가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에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미국의 교민 사회에서도 읽기 실습은 점차 줄어들고 시험문제풀이 훈련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변칙이 일반화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문제집을 학습교재로 사용하는 일이 읽기 교육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수학, 과학, 지리, 역사, 음악, 미술에 이르기까지 '문제풀이 교육'이 모든 교육의 중심이 되어버렸습니다. 요즘은 점수경쟁에서 낙오되는 것을 큰 낭패라고 여기는 세상이라, 점수 따기 훈련이 교육의 핵심인 것처럼 교육 이념이 변질됐지만, 흔히 받은 점수와 실제 능력이 전혀 비례하지 않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골프를 배우는 학생이 코치로부터 골프채를 스윙하는 이론을 아무리 완벽하게 배웠다 해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지 않았다면 실제 경기에서 그 이론은 별 도움이 안되겠지요. 음악, 미술 분야에서도 이론보다 실습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지침은 하나의 상식입니다. 이런 예체능 분야에서는 성공 여부가 지식이 아니라 감각훈련에 달려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감각훈련'의 중요성은 리딩 교육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2. 문제풀이 위주 교육의 폐해
2. 문제풀이 위주 교육의 폐해
리딩 능력의 향상에 소요되는 시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이론을 배우는 교육에 약 30%, 혼자서 글을 읽는 실습을 통해서 감각을 훈련하는 데에 70%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비율입니다. 그런데 우리 한인들의 영어교육 문화는 그 비율을 정 반대로 뒤집다 못해 문제 푸는 편법이 8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읽는 훈련보다는 선생님이 직접 가르치는 리딩 교육에 주로 의존하게 되고, 나아가 점수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문제풀이 훈련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지요.
(달리는 훈련을 하지 않은 선수가 체력이 약하듯이, 실제로 읽는 훈련을 하지 않은 학생은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리고 쉽게 지치게 되어 두통이 오거나 졸음이 쏟아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문제풀이 훈련이 곧 읽기 훈련이라고 잘못 생각한 것은 우리 영어교육문화의 가장 큰 특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풀이 훈련의 내막을 살펴보면 지문은 읽지도 않고 정답 고르기 방법을 배우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와 같은 훈련으로 시험 점수는 향상시킬 수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진정한 독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사설 강습소에서 선생님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독해능력의 향상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이론과 문제풀이 편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이 결코 혼자서 읽는 훈련을 대체할 수 없으니까요.
3. 읽기 훈련의 중요성
제가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상담했던 한인 부모님들은 대부분 자녀들의 독해능력 부족으로 고심했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 하게도 이 분들의 자녀들은 리딩 능력의 향상을 위해서 거의 모두 사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분들에게 저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드렸지요. "선생님과 마주 앉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체 필요한 것의 30%도 안됩니다. 나머지 70% 이상은 혼자서 읽는 훈련을 통해서만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다시 선생님 앞에 앉혀 놓고 맙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선생님이 입으로 설명해주고 아이가 그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교육은 리딩 훈련이 아니기 때문에 70%에 해당하는 리딩 실습의 자리는 계속 빈 상태로 남아있게 됩니다. 그래서 시험 점수는 다소 향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정한 리딩 실력은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지요. "그렇지만 점수가 올라갔다면 성공적인 교육이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음은 그에 대한 제 대답입니다. "그 점수는 거품입니다. 아무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지요. 문제 풀이용으로 배운 영어는 실용가치가 전혀 없습니다." "선생님 앞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무언가 나아지고 있겠지."하는 안도감은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진실을 보지 못 하도록 우리의 눈을 가리기 때문이지요. 그 진실은 미국 대학 입학 후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읽기 훈련이 충분히 되어있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고난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