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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규제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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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드앤톡 댓글 0건 조회 3,025회   작성일 14-12-1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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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규제를 생각한다

드디어 선행학습 규제안이 발표됐다. 일반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하면 교사도 제재를 받고 학교는 불이익을 받게된다. 그런데 사교육에 대한 어떤 규제도 발표되지 않았다. 한국의 교육 정책은 오로지 대학입학 제도의 교정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이다.

선행학습이 왜 이루어질까? 간단하다. 한국의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온 나라가 대학 입시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선행학습을 하던 추월학습을 하던 할 수 있으면 하게된다. 이런 대학 입학 경쟁은 많은 문제를 낳기도 하지만 한국의 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반 고교의 선행학습만 규제하겠다고 한다. 이 규정을 만든 정책 입안자들의 자녀도 일반 공립학교에 다니는지 묻고 싶다. 혹시 외고나 과학고 같은 특목고에 다니거나 해외로 유학을 보낸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나쁜 사람들이다. 자기 자녀는 좋은 교육 시키고 일반 국민은 공부 시키지 말라는 정책을 펴고 있으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국의 기자 Amanda Ripley가 쓴 "The Smartest Kids in the World"는 OECD의 PISA 테스트에서 줄곧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과 핀란드(핀란드는 2012년 테스트에서 5위권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근래에 수직 상승한 폴란드 교육을 분석한 책이다.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어 있는 데 이 책을 인용하는 한국의 기자나 교육 정책자들은 이 책이 학원 공부에 시달리는 한국 교육을 비판한 책이라고 잘 못 인용하고 있다. Ripley 기자는 이 세나라로 교환학생으로 떠난 미국의 학생들을 심층 인터뷰하고 직접 세 나라를 방문하여 왜 세 나라가 학업에 강한지를 분석하였다.
의 결론은 단순하다. 세 나라 공통적으로 대학에 가려는 의지가 강하고 그래서 학습량이 절대적을 많다는 것이다. 즉, 교육중에 학습량이 - 이를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근면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절대적으로 많은 나라가 우수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절대적인 학습량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이 학습량을 못 쫓아가는 뒤쳐지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교육 정책의 핵심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근 10여년간 정권이 바뀔때마다 우리의 자랑거리인 학습량을 줄이겠다고 교육정책을 바꾸어 왔다. 그러니 대부분의 교육 정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부모들보고 자녀 학습을 적게 시키라니 어느 부모가 그런 정책을 따르겠는가?

최근 연구에서 증명된 우리 교육의 장점이 또 있다. 미국과 영국 등 교육 선진국들은 입학 사정관제로 대입을 치룬다. 이를 통해 전인적인 학생을 선발하는 바람직한 방법이기 때문에 MB 정권때 한국도 실시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입학 사정관제에 의한 선발 제도가 우수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반면 1년에 한번 수능날에 목숨을 거는 우리의 시험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숨은 스토리가 있다. 그만큼 정책과 제도는 완벽한게 없고 단지 그 사회의 여건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단순이 시험 점수에 의해서 대학 입시를 실시하는 나라들은 평균적으로 가난한 사람도 대학에 갈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부유층이 아니더라도 높은 점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학 사정관제도로 선발하면 공부뿐 아니라 예, 체능과 리더쉽에서도 뛰어나야 한다. 또한 봉사 활동 같은 사회 활동도 필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교육을 받는데는 부유층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엘리트 사립학교 제도가 발달한 미국에서 백인 부유층이 엘리트 대학에 들어가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이유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같은 저소득층이 많은 계층은 엘리트 학교를 들어가기 매우 어렵다. 이런 불균형 때문에 Affirmative Action 제도가 생겨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선행학습 규제는 일반 공립학교에만 해당된다. 특목고나 해외로 유학을 간 학생들은 해당이 안된다. 결국 부유층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학원에 갈 여유가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선행 학습을 시켜주지 않으면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심하게 비판하면 이런 교육 정책이 모두 과도한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사교육을 줄이는 역할도 못할 뿐 아니라 낭비적인 정책이다. 사교육은 개인의 선택이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교육 선진국에도 엄청난 사교육이 이루어 지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세우지는 않는다. 그것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 일은 이런 사교육에 뒤진 저소득층 학생들을 어떻게 돌보아 주어야 하는가에 맞추어 져야 한다. 교육의 격차는 사회의 격차를 유발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 논쟁을 보면 진보 진영이나 보수 진영이나 모두 가진자들의 싸움 같다. 이미 사교육을 한 번도 못 받아본 학생들의 비율이 30%를 넘어 섰는데 이들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고(이 학생들을 일부 학교와 교사들의 헌신으로 감당하고 있다) 돈 많아서 사교육에 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의 교육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정작 우리 교육의 문제는 초, 중등 교육이 아니라 대학 교육이 문제인데 대학 교육은 그대로 놔둔 채 초, 중등 교육만 난도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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